썰들

(글로르핀델x핀골핀)

♡슈슈♡ 2014. 3. 16. 21:25

아만 시절

 

 

(글로르핀델x핀골핀)

 

 

글로르핀델은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이제 제법 자라있었다. 소년은 동생처럼 눈부신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온화하고 조용한 동생에 비하면,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유쾌해질 정도로 상당히 다른 성격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소년은 마치 제가 핀골핀의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황금꽃 가문의 저택에 방문할 때면, 즐거운 목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그래도 어린애처럼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형님을 보다 글로르핀델을 만날 때가 좋았다. 소년의 싱그러운 웃음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릴 정도였다. 그렇다고 마냥 얌전하기만 한 건 아니었으나, 야단을 치려다가도 웃음이 나오고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되었다.

 

"아라카노, 오늘은 저 쪽으로 가보지 않겠어요?"

 

소년은 금발을 흩날리며 핀골핀의 옆쪽으로 달려왔다. 형인 페아노르와는 정답게 사냥을 나올 일이 없었고, 동생인 피나르핀은 누이들과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자연스레 다른 자들과 사냥을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 가장 자주 함께하는 것이 글로르핀델이었다. 소년은 어려서부터 핀웨의 저택을 드나들었고, 핀골핀이 아나이레와 결혼한 뒤에도 친동생이라도 된 마냥 저택에 들르고는 했다. 두 부부만이 사는 저택이라 다른 이가 찾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식사라도 하고 가요. 글로르핀델"

"감사합니다. 아나이레님."

 

핀골핀의 아내인 아나이레도 금발의 소년이 마치 가족이라도 되는 양 상냥하게 대해 주었다. 아직 그들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어서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할 때면 가족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소년이 음식이 담긴 그릇을 엎지르기라도 하면 핀골핀은 자신이 아버지라도 된 것처럼 잔소리 몇 마디를 했고, 아나이레가 곧 새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언제나 서글서글하게 웃는 소년은 핀골핀을 친형이라도 되듯 친근하게 아라카노라고 불렀다. 이복형인 페아노르와 다르게 그가 부르는 이름에는 친애의 감정이 가득해서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소년의 안내를 따라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녹음이 짙어졌다. 라우렐린의 금빛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짙은 녹색 빛이었다. 공기는 한층 맑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길은 알고 있냐고 물었지만, 글로르핀델은 핀골핀의 말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리 와 보실래요?"

 

소년이 가리킨 쪽에는 자그마한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점점 서늘한 느낌이 든다 싶더니 물이 흐르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이미 와 본적이 있는 듯 소년은 익숙하게 신발을 벗어던지더니 물속에 들어갔다. 씨익 웃은 글로르핀델은 핀골핀을 향해 물을 뿌렸다. 가만히 서 있으려고 했는데, 계속 해서 들어오라는 듯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핀골핀도 등에 맨 활과 화살통을 내려두고, 신발을 벗은 채 물 속으로 들어갔다. 보기보다 차가운 시냇물이었지만, 시원해서 복잡했던 머릿속이 절로 맑아지는 것 같았다.

 

서로에게 물을 튀기고, 얼굴에 튄 물을 닦아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 정신없이 물장구를 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소년이 핀골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는데, 물속으로 걸어온 소년이 핀골핀에게 두 눈을 감으라고 했다. 뭘 하려는 거냐고 물었지만, 글로르핀델은 아무 답도 없이 배시시 웃을 뿐이었다. 핀골핀이 눈을 감지 않자, 소년이 양손을 들어 올려 핀골핀의 눈을 막으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앞에서 소년의 금발과 얼굴이 사라져 버렸을까, 이마에 따스한 온기가 번졌다. 부드러운, 금색의 빛과도 같은 온기였다.

 

"어떤가요?"

 

다시 눈을 뜨니 조금 위쪽에 있었던 소년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보였다. 핀골핀은 장난치지 말라고 하며 글로르핀델의 이마를 주먹으로 꾹 눌렀다. 소년은 살짝 붉은 자국이 남은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물속에 계속 발을 담그고 있으려니 슬슬 추워질 것 같았다. 그 사이에 핀골핀이 물속에서 나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소년이 그의 등을 껴안았다. 아이가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것 같이 친밀함이 가득한 동작이었다. 핀골핀은 소년이 귀찮지는 않았지만, 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등에 매달려 있는 두개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글로르핀델은 그의 등에 얼굴을 묻어버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참 좋네요."

 

어느 새, 소년은 그도 쉽게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훌쩍 자라있었다.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키도 부쩍 자라서 핀골핀과 눈높이가 얼추 비슷해졌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직 소년에 비하면 핀골핀 쪽이 키도 더 크고 힘도 더 세었다. 마침내 소년을 떼어낸 그가 글로르핀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의 손에는 상대가 아프지 않게 힘이 담겨있지 않았다. 입가에는 가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친동생보다 더 형처럼 자신을 대하는 소년이 귀엽다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많이 심심했나 보네."

 

그의 얼굴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고, 글로르핀델 역시 아무렇지 않게 웃어보였다. 아직은 아니었다. 지금은 일렀다. 그래도 그는 이미 자라버렸다. 핀골핀에는 미치지 못할 지라도 어린 날의 그는 아니었다. 저 얼굴이 어떻게 변할 지 궁금했다. 단정한 얼굴이 흐트러질 만한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지금처럼 태연한 얼굴로 웃어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그도 핀골핀도 알 수 없겠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향하자 문득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혼자서 신이 난 글로르핀델을 마주한 핀골핀은 별 싱거운 녀석 다 보겠다는 듯 풀어두었던 화살과 화살통을 주워들었다. 아직까지 잡은 동물 한 마리 없었으니 이제부터 사냥에 집중해야 했다.

 

 

금화공 성격은 아직도 헷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