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웨x핀골핀)

썰들 2014. 3. 17. 22:25

은근한 수위 묘사 주의

 

 

(핀웨x핀골핀)

 

 

핀웨는 언젠가부터 그를 애써 쫓으려 하지 않는 강한 눈빛에 더 끌리게 되었다. 장남은 늘 그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지만, 그는 때로 맹목적일 정도로 자신만 바라보는 아들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가끔은 페아노르의 불길에 자신마저 타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핀골핀은 그렇지 않았다. 물과도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갑게 보였지만, 주변의 것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모습이 핀웨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오히려 네가 더 맏아들 같구나."

 

핀웨가 옆으로 다가온 차남을 보며 웃었다. 시끄러운 자리는 싫다며 장남은 금방 저택으로 돌아가 버렸다. 아버지 곁에 있는 것은 좋아했지만, 귀찮게 들러붙는 다른 요정들이 성가셔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붙잡아 주길 바랐지만, 핀웨는 아들을 붙잡지 않았다. 다른 자리였다면 몰라도 신년을 기념하는 축제였던 것이다. 티리온의 왕인 핀웨의 저택에서 열린 신년제는 상당히 성대했다. 바냐르와 텔레리까지 함께하는 자리였다. 놀도르만의 무도회였다면 모를까 놀도르의 군주인 핀웨가 자리를 뜨는 것은 격식에 어긋났다. 핀골핀은 핀웨의 칭찬에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답했다. 흠잡을 데 없는 왕자다운 예였다. 장성한 왕자의 외모는 날카로운 외모의 제 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무지면서도 위엄 있는 얼굴이었다.

 

"형님은 다시 오실 생각이 없으신가 봅니다."

"그래, 나도 좀 술이 과한 것 같구나."

 

새로 수확한 술의 맛이 훌륭한데다가 장남이 곁에 있지 않아 대신 술을 받아주지도 않았다. 페아노르도 술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취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며 핀웨에게 향하는 술잔을 다 제가 빼앗아가 마셔버렸다. 그러다가 핀웨보다 먼저 저택으로 보내지는 일도 있었다. 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을 핀웨가 직접 데려다 줄 때도 있었다. 아무튼 핀웨만을 향해 건네진 술잔들 덕분에 그는 꽤 과음을 한 뒤였다. 술에는 강한편이라 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슬슬 취기가 돌고 있었다.

 

"잠시 쉬시지요. 이곳에는 제가 있겠습니다."

"아니다, 조금만 더 있다가 함께 가는 게 좋겠다."

 

핀골핀도 핀웨의 모습을 보니 붉어진 얼굴을 흘깃 보더니 침실로 모셔가려했다. 웬일인지 핀웨는 그런 아들의 청을 물리쳤다. 순순히 혼자서 방으로 들어갔으면 일이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몇 잔을 더 받아 마시고 나서야 핀골핀의 부축을 받아 안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축하주를 올리는 자들이 계속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옆에서 핀골핀이 말리려고 했지만, 흥이 오른 핀웨는 그에게 술을 따르는 자들을 말리지 않았다. 아내인 인디스는 신년을 맞아 친정에 들렀다 올 예정이어서 침실은 텅 비어있었다.

 

"다른 분들께는 제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만 주무십시오."

 

핀웨의 상태를 보자 영 안 되겠다 싶었던지 핀골핀이 아버지를 침대 쪽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오히려 침대 위에 눕게 된 것은 그였다. 당황해서 일어서려 했지만, 취해있는 핀웨의 힘은 평소보다 강했다. 놀도르 대왕이니만큼 무력에 그리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티리온의 대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평화로운 아만에서는 그 힘을 드러내 사용할 일이 없기는 했지만, 가운데 땅에 있었을 때는 그도 상당히 무용을 뽐내었다.

 

"아버지? 많이 취하셨나봅니다. 전 어머니가 아닙니다."

"아들아."

 

기괴한 구도였다. 차라리 그를 지독히 미워하는 이복형제라면 모를까, 핀웨는 아이들에게 손찌검 한 번 하지 않는 다정한 아버지였다. 움직일 수도 없게 아들의 어깨를 압박하는 핀웨의 모습을 보며, 핀골핀은 마치 자신이야말로 술에 취해 꿈을 꾸는 것인가 의심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그를 어머니와 착각이라도 했나 싶어 입을 열었지만, 핀웨는 똑똑히 핀골핀을 아들이라고 호칭했다.

 

"너는 나를 많이 닮았다."

 

술에 취해 있었지만, 핀웨의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유창한 목소리는 백성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목소리 그대로였다. 가운데 땅의 타탸르가 그를 따라 아만에 오게 만들었을 때와 같이 듣는 자를 잡는 힘이 있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설득이 될 것 같은 어찌 보면 마력을 담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핀골핀은 핀웨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소리에 눌리기라도 한 듯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페아나로, 그 아이보다도 닮았지."

 

그의 손이 아들의 뺨을 향해 다가가다가 멈추었다. 멈추었던 손이 아들의 머리로 향했고, 그의 손가락 틈새로 핀골핀의 머리카락이 삐져나왔다. 페아노르는 아버지와 흡사한 외모인 핀골핀의 외모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정도로 그들은 닮아있었다. 그의 차남에게서는 어머니인 인디스의 모습을 찾아내기 힘들 정도였다. 누구도 부자 사이라는 것을 의심치 않을 정도로 비슷했다.

 

"의지가 되는 아들이지. 불안해서 품 안에서 보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페아나로와는 달라."

 

핀웨의 목소리는 점점 내리깔리고 있었다. 빛과도 같아 보이는 그였지만, 속마음마저 늘 그런 건 아니었다. 웃고 있는 뒤에는 남들이 모르는 아픔도 상처도 있었다. 소중한 친우는 가운데 땅에 남아 있어 그가 있는 곳으로 오지 못했다. 장남을 낳아 준 아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지금의 아내인 인디스를 제외하면, 누구도 그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빈 구멍을 모두 메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엘웨나 미리엘의 이야기를 인디스에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들, 아버지의 위안이 될 생각은 없니?"

 

웃음. 아들에게, 아내에게 지어보이던 자애로운 웃음이었으나, 핀골핀에게는 그것이 이복형의 싸늘한 시선보다도 더 무겁게 다가왔다. 피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피해서도 안 될 것 같았다. 거부하면, 정말로 망가져 내리는 아버지를 볼 것만 같았다. 그러한 잠시 동안의 망설임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뒤늦게 그와 아버지에게 있었던 일을 알게 된 그의 형은 예전보다 더욱 그를 싫어하게 되었고,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그의 형을 사랑했으며, 그럼에도 그를 의지했다. 가혹할 정도로 일그러진 관계였다.

 

 

핀웨 대왕님 왜곡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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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르핀델x투르곤)

잠금 2014. 3. 17. 20:39

핀골투르 기반

 

 

(글로르핀델x투르곤)

 


 

"...하아..."


서로 입을 맞대었다 떨어지자 아이의 입에서 가늘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저택의 주인인 핀골핀은 형인 페아노르에게 방문해서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글로르핀델은 투르곤의 손에 붙들려 핀골핀의 저택에서 자고 가게 되었다. 그는 핀골핀의 자식들의 검술 스승이었으니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읏..."


손님용 방은 눈에 익은 가구들 뿐이었다. 아버지가 페아노르 백부에게 간 이상 금방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안 투르곤이 글로르핀델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가 잠옷 위를 천천히 어루만지자 아이가 조금씩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당연히 입맞춤정도로 끝날리 없었다.


"싫어요? 싫으면 그만 할테니까 언제든 말하세요."

글로르핀델이 투르곤의 옷을 벗겨내리며 나직히 속삭였다. 아이가 직접 찾아온 이상 그럴 일도 없었겠지만, 그는 항상 아이의 뜻을 물었다. 이미 손은 허리 하반신으로 향한 채였지만, 혹시라도 싫어할까 싶어서였다.


"아..아니야, 괘..괜..으응..."


한 손에 들어오는 아이의 분신을 쥐고 위 아래로 흔들자 달디단 음성이 귓속으로 쏟아졌다. 흰 이불 위에 누워 있는 아이의 몸에는 붉은 열꽃과 푸른 멍들이 가득했다. 그가 새긴 것은 어느 것도 없었다. 다행히도 아래는 슬슬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며칠새면 또 다시 피가 흐를 게 분명했다.

 

그가 몸 곳곳을 어루만지자 아이가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접촉에 익숙한 몸은 불에 기름을 들이부은 것처럼 금방 타올랐다. 글로르핀델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서로의 몸이 바싹 붙여져 계속 부벼졌다. 열띤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즐거웠지만, 계속 표면만을 부비다 보니 약간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가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아이의 귀를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투르카노..하아..넣어도 될까요?"

 

그의 말에 그 때까지 아래에 깔린 채로 탄성만 뱉어내던 아이의 몸이 갑자기 확 굳어버렸다. 그러다가 덜덜 떨더니, 아예 글로르핀델을 세게 밀쳐버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몸을 웅크린 아이는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온 몸으로 거부를 하고 있었다.

"시..싫어요...하지 마세요."

"알았어요. 안 할게요."

 

무슨 무서운 광경을 떠올렸는지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입에서는 짓눌린 숨이 간신히 나오고 있었다. 글로르핀델은 아이를 달래 침대에 눕혔다. 혀를 세운 그가 정성껏 뻣뻣해진 몸을 핥기 시작했다. 작은 몸에는 성한 곳이 드물어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뜨거운 애무에 바싹 굳어버렸던 여린 몸이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 몸 속을 휘젓지 못하는 것이 영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의 달뜬 목소리가 귀에 닿을 때면, 글로르핀델은 머리위까지 열이 치솟는 것 같았다.


"..하으..그..글로르핀델!"

서로의 분신이 빠르게 치대대다가 아이가 먼저 절정을 맞이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쾌락 때문에 흐른 눈물로 얼굴이 흥건히 적셔져 있었다. 글로르핀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투르곤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예뻐요...윽..투..투르카노."

혀로 눈가를 핥다가 그도 곧 아이의 배 위에 사정했다. 그가 아이를 긴 시간동안 상대하는 일은 없었다. 너무 지쳐버리지 않을 정도로, 계속 붙들고 있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아버지가...무서워요."

투르곤이 글로르핀델의 품에 얼굴을 부볐다. 막 씻은 아이의 몸에서는 향긋한 비누 거품의 향이 가득히 풍겼다. 가까이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그가 보송보송한 뺨을 만지작거렸다.


"글로르핀델과는 달라요. 거칠고, 아프고...너무..."

투르곤은 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글로르핀델이 투르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품에 안고만 있어도 즐거워지는데 어째서 아이의 아버지는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제가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해서."

"아니, 그래도 글로르핀델과 있을때는 안심이 돼."

하지만 그는 아이와 함께 잘 수 없었다. 혹시라도 핀골핀이 방에 찾아갔을 때 투르곤이 방에 없었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지 몰랐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는 것만큼은 따로 해야 했다.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그는 투르곤을 품에 안고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아버지에게 부리지 못하는 어리광을 부리는 듯 아이는 연신 글로르핀델의 팔에 머리카락을 스치게 했다. 찰랑거리는 단발은 물을 머금어 아이의 뺨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할수만 있다면, 핀골핀에게서 데리고 나가 황금꽃 가문에서 살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도 꺼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이런식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고, 아이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아이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정도로 만족할 뿐이었다.

"잘 때까지 곁에 있을 수 있어요?"

"네, 자는 거 보고 나갈게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린 투르곤이 옆에 있는 글로르핀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올까 싶어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어서 주무세요."

"응, 알았어요. 글로르핀델도 쉬어야 할테니까."

 

그를 바라보는 초롱초롱한 아이의 눈망울에는 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부딪혔다. 손가락으로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투르곤이 글로르핀델의 뺨에 제 입술을 가져갔다. 꼭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침대 맡에 앉은 그는 아이가 완전히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인물 붕괴는 어린 아이 투르곤인 시점에서 끝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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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도르+투르곤)

썰들 2014. 3. 17. 15:12

갈도르 관련 동인 설정 주의.

 

 

(갈도르+투르곤)

 

 

어느덧 오후였다. 아직 해가 지기까지 시간은 남아있었지만, 네브라스트의 궁정은 한가로웠다. 내일이면 곤돌린으로 이주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 때 까지, 바쁜 일은 없었다. 이미 2층에 위치한 왕의 방은 텅 비어있었다.

 

"폐하께서도 마지막으로 바닷가에라도 다녀오시지요. 이미 아레델 공주님과 이드릴 공주님은 바닷가에 다녀오셨습니다."

비어있는 벽을 바라보던 왕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나무 가문의 영주인 갈도르였다.

 

"준비는 이제 정말로 다 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염려하실 만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갈도르님."

갈도르는 신하라기보다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나이도 왕인 투르곤보다 훨씬 많아서 아이였을 때는 왕이 그의 무릎 위에서 놀았던 적도 있었더랬다.

 

"아직도 존칭을 입에서 떼지 못하십니다."

"벌써 습관처럼 되어 버렸나 봅니다."

투르곤이 멋쩍은 듯 웃으며 그를 따라나섰다.

 

비냐마르 궁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위치하고 있었다. 말을 타고 조금을 달렸을까 서쪽을 향해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왕은 말에서 내려 수평선을 응시했다. 갈도르도 왕의 곁으로 걸어 왔다. 한동안 곤돌린으로 갈 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바다에는 통 오지 못했다.

 

"이 곳에 와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군요."

 

왕은 바다를 보면서, 새삼 감회에 젖어들었다. 아만에서 지내던 시절에 알쿠알론데의 바닷가에 간 적이 있었다. 진주며, 사파이어, 에메랄드 같은 온갖 종류의 보석들이 웅덩이마다 흩어져 있는 아만의 해안은 찬란했다. 비록 그곳처럼 갖가지 보석들로 반짝이는 바다는 아니었지만, 가운데 땅의 해변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차갑게 얼어붙은 빙하가 녹아내려 흐르는 물들과는 달랐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그런 푸른 빛깔이었다.

 

"아쉬우십니까?"

갈도르의 말에 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금도 미련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이곳은 제가 계속 머무를 곳이 아닙니다. 울모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곤돌린으로 가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요."

"그래도 투르카노 폐하께서는 네브라스트를 굉장히 좋아하셨으니 분명 많이 기억이 나실 겁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계곡 속의 도시니 바다는 보이지 않을 테지요."

 

모래를 밟다보니 막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아내와 백사장 위를 걷던 것이 떠올랐다. 서서히 멈추어 서서 눈을 감자 모든 것이 생생했다. 벌써 수백 년 전의 일이었지만, 셋이 같이 보냈던 시간들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이타릴데, 그 쪽은 안 돼요."

 

투르곤의 기억 속에 남은 그녀는 한결같았다. 한결같이 아름답고 빛이 났다. 이제는 자꾸 얼굴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지만, 탐스러운 금발만큼은 손에 잡힐 듯 또렷했다.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어린 딸의 손을 붙잡은 엘렌웨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 순간 높은 파도가 덮쳐왔다. 비명이 절로 나올 것 같았다. 얼른 손을 뻗었지만, 그들은 너무 멀리 있었다. 달려 나가려던 왕은 그것이 모두 자신의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아내는 죽었고, 딸은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눈조차 감지 못하고 바다 속 깊이 가라앉던 모습이 그가 보았던 아내의 마지막이었다. 그 광경은 저주라도 되듯 왕을 붙잡고, 끈질기게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일이었다.

 

"엘렌웨님 생각을 하셨습니까."

"머릿속을 읽기라도 하신 것 같습니다."

"얼굴에 빤히 쓰여 있습니다."

"좀 더 조심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약한 왕이라니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강건하시면, 보는 제가 마음이 아플 겁니다."

 

오래도록 왕이 움직이지 않자 갈도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투르곤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미안해졌다. 악몽 같은 기억이 차츰 흐릿해질 법도 했는데, 전혀 흐려지지 않았다. 갈도르는 온화하게 웃었다. 그의 저택 근처를 둘러싼 나무들과도 같이 든든한 웃음이었다.

 

"사실 공께서 저를 따르겠다고 하셨을 때, 적잖이 놀랐습니다."

"그러십니까?"

"분명히 아버님을 따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를 따르는 영주들 중에 가장 연장자이시지 않습니까. 공처럼 고귀하신 분께서 제 휘하로 들어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핀골핀 대왕의 차남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가운데 땅으로 떠나기 전, 아만의 놀도르는 각자가 따르는 주군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길고도 오랜 여행이 될 터였고, 남을 자와 떠나는 자가 갈리는 시기였다. 그 때, 갈도르도 투르곤을 영원토록 주군으로 모시겠노라 서약을 했었다.

 

"저보다 아버님 곁에 계셨으면 많은 일들을 하실 수 있으셨을 텐데, 미덥지 못한 제가 공을 잡아두는 것 같습니다."

"핀골핀 대왕께서도 위대한 군주시지만, 폐하와 폐하의 아버님은 다르십니다. 아버님께서 하시지 못하신 일도 폐하께서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과찬이십니다. 아버님은 산과 같은 분이신 걸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뤄낸 것이 아무것도 없는걸요."

"어떤 일이든 폐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시면 됩니다. 온돌린데는 폐하의 왕국입니다. 폐하께서 꿈꾸시는 대로 가꿔나가시면 됩니다."

"제가 분발해야 겠습니다."

 

울모의 계시를 받아 세운 곤돌린은 투르곤의 왕국이었다. 그가 찾아내고, 그의 계획대로 세워진 곳이고, 그가 앞으로 다스릴 곳이었다. 비어있던 계곡 속의 땅이 점점 자신이 꿈꾸던 곳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보았고, 이제 정말로 그 땅에 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네브라스트에서처럼 신다르와 놀도르의 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 없는데, 이것은 폐하가 아니셨으면 누구도 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지금은 이 땅에 원래 살고 있던 신다르도 폐하를 왕으로 섬기고 있지 않습니까."

"누구라도 잘 해내셨을 겁니다. 저밖에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갈도르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가운데 땅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네브라스트처럼 신다르와 놀도르가 융화된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글로르핀델을 위시한 영주들이 추악한 동족살해에 가담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투르카노 폐하, 여덟 명의 영주들이 모두 왕을 따르는 건, 왕께서 그만한 신뢰를 얻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귀공들은 제 자랑이고, 제게 더할 나위 없는 지복입니다."

 

태양빛이 해변에 반짝였지만, 눈이 따가울 정도는 아니었다. 따사롭고 온화했다. 투르곤은 갈도르와 함께 해변을 걸었다. 해가 환하게 떠 있는 시간에 바닷가에 와 보는 것은 정말로 간만이었다. 왕은 여유를 만끽하며, 그가 정착하게 될 땅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었다.

 

 

네브라스트의 투르곤은 곤돌린에서처럼 오만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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